전문계高의 반란…서서울생활과학고 美명문대 8명 진학
작성자 관리자
전문계高의 반란…서서울생활과학고 美명문대 8명 진학
입학때부터 소수정예 유학반 10여명 선발
매일밤 10시까지 하루 7시간 영어몰입교육 "학교수업 빡빡해 학원 근처도 간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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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울생활과학고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와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재훈 기자>
빨강 노랑 파랑 알록달록 원색 벽으로 꾸며진 교실 벽면엔 '잉글리시 온리(English Only)'라고 쓰인 푯말이 구석구석 붙어 있다. 교실 문 위엔 반번호 대신 '컨버세이션(Conversation)룸', '리딩 앤드 라이팅(Reading & Writing)룸' '그래머 프랙티스(Grammar Practice)룸'이라 쓰인 영어간판이 눈에 띈다. 영어전용교실에선 원어민 영어교사가 한 손에 교재를 들고 의자에 걸터앉아 10여 명의 소규모 학생들과 자유로운 토론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영어 입시학원교실 풍경도, 특목고 교실도 아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전문계 고교인 서서울생활과학고의 교실 모습이다. 이 학교는 지난 3일 미국 명문 주립대인 피츠버그주립대를 비롯해 오클라호마주립대, 라스베이거스-네바다주립대 등에 8명의 합격생을 당당히 배출했다.

◆ 특목고 부럽지 않은 '영어몰입교육'

= 비결은 해외 대학 진학을 위해 특화시킨 '유학반'과 '영어몰입교육'에 있다.

서서울고는 1972년 설립된 이후 국제조리학과, 국제뷰티아트과, 국제정보과학과, 국제관광과 등 전문실업 쪽으로 특성화된 전형적인 전문계고다. 그러나 2006년 유학반을 설립해 반란을 일으켰다.

남경태 유학반 담당 실과교사(45)는 "전문계고로 유명세를 오래전부터 탔지만 전문계고라면 일단 한 수 접어두고 쳐다보던 학부모의 인식을 바꾸고자 했던 게 출발 배경"이라고 말했다. 실업계도 실력만 있다면 우수 학생들이 진학해 외국에서 꿈을 펼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출발 3년의 짧은 역사지만 서서울고의 교육프로그램은 여느 특목고 못지않을 정도다.

유학반 학생들은 입학부터 별도로 선발된다. 선발 규모는 10여 명을 약간 웃돌 정도의 소수정예다.

일단 입학하고 나면 학생들은 오후 3시께 끝나는 정규교과 과정 외에 의무적으로 '영어몰입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밤 10시까지 무려 7시간 넘게 문법, 회화, 단어 등에 대한 전문 교사들의 수업이 진행된다.

전희경 교사(37)는 "가장 중요한 게 단어이기 때문에 하루 평균 80~100개 단어를 완벽하게 소화하도록 수업하고 오후 4시부터는 직접 테스트를 한다"며 "테스트에서 낙제할 경우 다음날 일과 중에 담당교사가 다시 불러 일대일로 맞춤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문법수업 등에서는 잘나가는 강남의 인기강사도 초빙될 정도다.

회화는 주로 2명의 원어민 교사가 담당한다.

라이언 메리 교사(33ㆍ미국)는 "하루 평균 2~3시간 이상 학생들과 역사, 교육, 사회 등 다양한 현상을 주제로 토론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전에 중국 학생을 가르친 경험에 비춰보면 한국 학생들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승부욕도 강해 가르치는 효과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유학반 방학 시간표를 보니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2, 3학년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단어시험과 문법, 회화수업, 토플(TOEFL)수업으로 꽉 메워져 있다.

남 교사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이번 방학 때 학생들이 놀 수 있었던 시간이 4일에 불과했다"며 "학교만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어서 방학 전에는 항상 학부모간담회를 개최해 양해를 구했더니 이제는 학부모들이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낙 교과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다 보니 서서울고에서 사교육이란 자리 잡을 공간이 없다.

오클라호마주립대로 진학할 예정인 한우리 양은 "3년 내내 학원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며 "오히려 수업과정이 너무 벅차 때때로 힘들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좋은 친구들과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해주는 선생님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외국 나간 학생 완벽한 사후관리

= 미국 유명 사립대에 한 해 수십 명씩 진학시키는 특목고와 성과를 견주지 못해도 서서울고가 빛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단 학생만 진학시키고 나면 잊어버리는 다른 학교와 달리 진학한 학생들의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서서울고의 진학상담은 9월 학부모간담회를 시작으로 출발한다. 10월에는 미국에 상주하는 전문 상담교사가 학교를 방문해 입시상담을 하고 학생들의 희망과 특기에 맞는 미국 지역 주립대학교를 학생별로 10개씩 선정해 원서를 넣는다.

남 교사는 "12월 각 대학교에서 등록확정서가 도착하면 학교 차원에서 미국 비자 인터뷰에서 출국 준비까지 도맡아 하고 있으며 기숙사 배정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서울고의 학생관리는 출국이 끝이 아니다.

지난해는 센트럴미주리대학을 비롯해 미국 주립대에 총 7명이 합격했는데 학교에선 이 학생들과 현지에서 체육대회를 하고 별도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어 실시간으로 현지에서 학생들의 각종 불편과 고민거리를 듣고 해결해주고 있다.

◆ 유학생 아닌 준비된 전문가로 외국 진학

= 너무 빡빡하게 짜인 수업에 지쳤거나 또는 합격한 학생들조차 머나먼 이국에서 살아야 할 걱정이 앞설 것도 같다. 그러나 학교에서 만난 유학반 학생 대부분의 얼굴에는 환한 빛이 가득했다.

뇌성마비 장애2급이라는 역경을 딛고 이번에 피츠버그주립대에 합격한 김강옥 군은 "일단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히고 국제적인 인맥을 쌓아 한국의 장애인 사업을 개혁하고 다른 장애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인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캔자스주립대로 진학할 예정인 정예지 양은 "서양 요리에 관심이 많아 조리전공을 했고 유학반에서 영어로 요리수업을 들으며 기본적인 전문지식까지 쌓았다"며 "학교에서 이미 정한 장래 목표가 있고 목표에 따라 특성에 맞는 외국대학에 가는 것이기에 아무리 외국이라 하더라도 적응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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