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유학생 유치 총력전
작성자 관리자
◆미국, 더 이상 외국 유학생의 블랙홀 아니다

1959년 8월 케냐 나이로비 출신의 청년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미국 출신 영어 교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케냐에 아내가 있었고, 아내가 둘째 아이까지 낳았지만 미국 대학 2학년 때인 1960년 백인 여성 스탠리 앤 던햄과 사귀었고, 그녀를 임신시켰다. 그 아이가 훗날 최초의 흑인 출신 미국 대통령이 됐다.

미국이 제2차 대전 이후 세계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면서 외국 유학생이 미국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친도 그런 유학생의 한 사람이었다. 미국의 국제교육원(IIE)은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9/2010년 학기에 미국 대학에 등록한 외국 유학생이 69만92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 전해에 비해 3% 늘어난 수치이다. 미국 유학생이 약간 증가한 이유는 중국 출신 유학생이 30%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유학생은 12만8000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18%를 차지했다. 인도 출신도 2% 늘어나 10만5000명에 달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3위 한국을 비롯해 주요 25개국의 미국 유학생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 출신 유학생은 7만2153명으로 그 전해에 비해 4% 줄었다. 4위 캐나다 출신도 2만8145명으로 5% 줄었다.

세계에서 외국 유학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0년부터 2008년 사이에 해외 유학생이 85% 늘어나 330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미국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에서 19%로 줄었다. 미국 정부와 대학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만큼 남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2010년에 외국출신 유학생이 미국에서 등록금과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돈이 200억 달러에 달한다. 교육은 미국의 서비스 수출 품목 중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한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그 국가의 지도층 인사로 성장해 미국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경제난으로 살림살이에 쪼들리는 미국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 유치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미국 대학은 대체로 외국 유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잘 주지 않기에 외국 유학생을 많이 끌어들일수록 대학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아이비리그 대학과 명문 주립대 등이 대체로 5∼10%가량을 외국 유학생으로 채운다.

◆글로벌 캠퍼스에 승부를 건다

미국 대학들이 외국에 분교를 둠으로써 미국 땅을 밟지 않고 외국에서도 미국 대학 학위를 받도록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외국에서 미국 대학 학사 이상의 학위를 정식으로 받을 수 있는 미국 대학 캠퍼스는 80개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약 80%가 1999년 이후에 생겼다. 미국 대학의 외국 캠퍼스는 현지 국가의 학생뿐 아니라 미국인 학생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캠퍼스는 미국 본교에 비해 학생 숫자와 전공 과목 등이 모두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국 대학 당국은 그러나 학생 선발과 교과 운영 과정이 모두 본교와 같으며 자유로운 학점 교류 프로그램으로 세계화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글로벌 캠퍼스를 홍보한다.

내년 2월 27일 개교하는 한국뉴욕주립대는 첫 학기에 석사 과정 100명, 박사 과정 10명 등 모두 110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컴퓨터과학’과 ‘기술과 사회’ 과정의 석·박사 학위 과정 중심으로 운영되며 총 학생 수를 407명으로 잡고 있다.

뉴욕기술대(NYIT)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요르단의 암만, 바레인의 마나마, 캐나다의 밴쿠버, 중국의 난징 등 5곳에 글로벌 캠퍼스를 두고 있다. 난징에 있는 NYIT는 2007년에 개교했으며 중국에서 문을 연 최초의 미국 대학이다. 세인트루이스대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정원 675명의 분교를 두고 있다. 보스턴대(BU)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국제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립대는 약 50년 전부터 파나마에서 글로벌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재학생 416명 중 25%가량이 미국인이다.

사바나 미대는 미대로는 유일하게 홍콩에 분교를 두고 있다. 1982년 문을 연 템플대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외국 대학이다. 이곳의 재학생은 1200명가량이며 이 중 약 40%가 미국인이다.

◆외국 출신 총장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한국계인 김용 박사가 재직하고 있다. 그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는 브라운대학을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년 넘게 하버드대 교수 생활을 하다 2009년 3월 아시아계 출신으로는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에 취임했다.

김 총장에 앞서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강성모 박사가 2007년 3월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계열의 머시드 캘리포니아대학 총장이 됐다. 그는 지난달 4년 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가 됐다.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이민 1.5세라면 강 전 총장은 이민 1세이다. 그는 연세대 전자공학과 4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저지주의 페어레이디킨스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석사를 받은 뒤 UC 버클리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리노이주립대의 전자·컴퓨터공학 학과장과 샌타크루즈대 공과대학장을 지냈다.

미국에서 대학 총장은 지성계의 꽃이다. 현재 연구 중심의 미국 및 캐나다 대학 61개가 가입된 미국대학연합회 소속 대학 중에 11개 대학의 총장이 외국인 출신이다. 불과 5년 전에는 외국인 출신 대학 총장이 6명에 불과했으나 거의 2배가 늘어났다.

미국에서 외국 출신 대학 총장이 늘어나는 현상은 지난 40여년 동안 미국이 해외 유학생 유치를 선도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 온 유학생이 미국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뒤 미국 등에서 학문적인 업적을 쌓아 자연스럽게 고등 교육 시스템의 정점인 대학 총장 자리에 오르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 연구원 등으로 일하는 외국 학자의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 외국 출신 미국 대학의 교수 및 연구원은 모두 11만5000명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는 2001년 당시의 8만6000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이며 사상 최고치이다.

대학 총장과 교수가 외국 출신이면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교류에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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