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의 ‘차이나 머니’ 광풍
작성자 관리자

미국 부동산 시장이 ‘차이나 머니’로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중국인 투자자들이 캐나다 투자자들을 제치고 미국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올 3월까지 1년 동안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액이 286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베이징 출신의 투자 사업가 에릭 두 씨. 그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 북쪽의 노스브룩 마을에 지난 2년간 단독주택 한 채와 타운하우스 두 채를 샀다. 세 채 값을 합하면 200만 달러(약 23억원)에 이르지만 은행 융자를 받지 않고 현금으로 샀다. 한 채엔 자신과 자녀들이 살고, 나머지 두 채는 임대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부동산을 구입한 배경에 대해 “베이징 집값이 너무 비싼 데다 중국의 주가는 폭락하고, 실물경제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두 씨 같은 중국인 투자자들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의 큰손은 이웃 캐나다의 투자자들이었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중국인 투자자들이 캐나다 사람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외국인의 미국 부동산 매입 현황을 보면 중국인들이 투자한 돈이 286억 달러로 가장 많다. 이들의 주택 구매 가격은 평균 83만 달러로 미국인 평균의 3배다. 특히 1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 고급 주택의 경우 14채 가운데 한 채의 소유주가 중국인이다. 한마디로 ‘차이나 머니’가 미국 부동산 시장에 넘쳐흐른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부자들은 5년 전만 해도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뉴욕 등 미국 동부 및 서부 연안 대도시들의 상업용 빌딩과 고급 주택 위주로 사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륙까지 들어가 주택을 구입하는 등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중국계 부동산 업체 직원(오른쪽)이 워싱턴의 한 주택 매물을 중국인 고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계 부동산 업체 직원(오른쪽)이 워싱턴의 한 주택 매물을 중국인 고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남부 텍사스 주다.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댈러스 시에서 35마일 북서쪽에 있는 인구 2만의 소도시 코린스에서는 요즘 신규 주택 건설이 한창이다. 한 채당 평균 200만 달러가 넘는 고급 주택단지의 개발자는 다름 아닌 베이징 출신 사업가 장 룽 씨다. 그는 캠핑장으로 쓰이던 광활한 대지를 2년 전 680만 달러에 사들인 뒤 총 99채에 달하는 맨션을 지을 생각이다. 그가 겨냥한 입주 대상자는 지갑이 두둑한 본토 중국인들이다. 장 씨 같은 중국인 큰손들이 동부 뉴저지 주의 50만 달러짜리 콘도에서 서부 캘리포니아 주 휴양지에 있는 300만 달러짜리 고급 주택, 심지어는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고 있는 뉴욕 맨해튼의 1300만 달러짜리 고급 콘도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의 부동산 매물을 무서운 기세로 사들이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와 샌프란시스코 지역 부동산 구매자의 약 30%가 중국인이다.


중국인 구매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 융자를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미국인들과 달리 현금 지불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융자를 받으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구비 서류가 많기에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현금으로 구매한다. 따라서 매물로 나온 주택에 경합이 붙을 경우 은행 융자를 기다리는 미국 자산가라도 ‘현금 박치기’로 나오는 중국인 구매자를 이길 재간이 없다. NAR에 따르면 중국인 구매자의 69%가 은행 융자가 아닌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한다.


차이나 머니가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면서 부동산 업체들과 중개사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윈드햄 부동산 같은 업체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외곽의 366에이커(약 148만㎡)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에 들어설 고급 빌라 424채의 광고를 상하이 지사 건물 외벽에 큼지막하게 내건 상태다.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중국 본토인의 욕심을 일찌감치 간파한 이 회사는 2007년 상하이에 이어 지난해에는 베이징에도 지사를 냈다. 수도 워싱턴 D.C. 근교 버지니아 주의 대형 부동산 업체 롱앤드포스터도 중국에 본부를 둔 미국 부동산 매물 소개 사이트 주와이(Juwai.com)와 손잡고 본격적인 중국인 유치에 돌입했다. 미국의 이름난 온라인 부동산 검색업체 질로(Zillow)는 중국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레주닷컴(Leju.com)과 손잡고 미국 부동산 매물을 게시하고 있다. 중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부동산 중개사들이 한 손에는 캠코더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남향집을 찾기 위한 나침반을 들고 다니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미국 마이애미의 한 주택에 부동산 업체 직원이 매물 표지를 세우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의 한 주택에 부동산 업체 직원이 매물 표지를 세우고 있다.


중국 부자들의 자녀 유학 붐도 부동산 열기 더해


중국 부자들이 미국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는 까닭은 뭘까? 중국 고객 전문 투자사 더글러스 엘리스먼의 엠마 하오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부자들은 현재 자국의 정치·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위안화 평가절하, 주식시장 폭락, 자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현상 때문에 불안 심리를 갖고 있다. 이들이 안전한 투자처이자 장차 자녀들의 유학을 위한 사전 투자로 미국 부동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본격화된 데는 2010년 중국 당국의 규제 완화 덕이 크다. 개인의 경우 5만 달러까지, 보험사의 경우 자산의 15%까지 해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거부들은 가족이나 친척, 심지어 회사 직원 명의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미국으로 빼돌려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16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졌다면 개인이라도 무제한 해외투자가 가능한 프로그램(QDII2)을 조만간 실시할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중국 부자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미국 부동산에 대한 중국 부자들의 쏠림 현상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와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 부자 대부분이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삼고자 힘 있는 정치권 인사들과 유착 관계를 맺어왔지만 이들이 사정기관에 비리 혐의로 적발돼 투옥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중국 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국 부동산 구입에 더욱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을 미국에 유학시키려는 중국 갑부들의 욕심도 주택 수요를 한껏 높인다. 미국 국제교육원에 따르면 2013년 현재 미국 고등학교에 등록한 중국 학생은 약 2만3500명에 달한다. 또 미국 대학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이 25만명 이상으로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가장 많다. 부동산 전문 ‘유에스차이나 파트너스’의 사비오 찬 사장은 <이포크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부자들이 자녀들을 위한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쓰는 돈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7%를 차지한다”라고 밝혔다.

그 밖에도 일정액 이상을 투자하면 2년 내 영주권을 부여하는 미국의 비자 프로그램도 중국 부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투자 유인책이다. 미국 정부는 최소한 일자리 10개 이상을 제공하는 50만~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EB-5 프로그램을 시행해오고 있다.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 한 해 EB-5 비자를 받은 사람의 86%, 지난해에 받은 사람의 90%가 중국인 투자가였다.


이런 요인이 작용하면서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사재기 열풍이 지난 몇 년간 뜨겁게 달아오른 건 사실이지만 최근 그 열기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부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지난여름부터 주가 폭락 및 위안화 평가절하로 재산 규모가 줄어드는 바람에 구매 심리 또한 매우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절반 정도가 중국인 구매자이고, 뉴욕을 중심으로 한 채에 200만~1000만 달러짜리 고급 주택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소더비 인터내셔널 부동산의 대니얼 장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2년 중국인 고객들의 동면기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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